"가슴속에서 엔진이 헛도는 것처럼 조급하고 불쑥 화가 치밀어요" | 감정 조절이 안 되는 40대 직장인의 성인 ADHD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추지 못하는 마음의 폭주
"원장님, 제 머릿속에 여러 개의 라디오가 동시에 켜진 기분입니다.
가슴속에서는 늘 엔진이 헛도는 것처럼 조급하고, 사소한 일에도 불쑥 화가 치밀어 올라 미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사십 대 직장인 조성진(가명) 님이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 자리에 앉기도 전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하셨던 말씀입니다.
겉으로는 번듯하고 성실한 직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속으로는 항상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위태로운 조급함에 시달리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회의 중에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별것 아닌 동료의 말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터져 나와, 결국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깊은 좌절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성인 ADHD 성향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 보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멍한 느낌만 들 뿐, 가슴속에서 엔진이 헛도는 듯한 묵직한 압박감과 명치끝이 단단히 꼬이는 듯한 신체적 감각은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며 괴로움을 토로하셨습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 역시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저는 성진 님의 이러한 증상을 단순히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나 의지 부족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일상을 유지하려 애쓰면서도 속으로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추지 못하는 마음의 폭주를 겪고 계신 그 말씀에 저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답답한 악순환이 시작된 것일까요?
머릿속 소음과 헛도는 엔진, 몸이 보내는 '과부하' 신호
성진 님이 겪으시는 통제 불능의 감정과 산만함은 한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이 단단히 뭉친 상태인 간기울결과, 그로 인해 심장에 열이 쏠려 위로 오르는 상태인 심화상염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 '화(火)'는 단순히 체온이 높은 것을 넘어, 우리 몸의 에너지 흐름을 방해하고 신경을 극도로 날카롭게 만드는 불필요한 열감을 말합니다.
이는 마치 냉각수가 말라버려 과열된 엔진이 굉음을 내며 헛도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현대 서양의학에서도 이러한 증상은 자율신경계의 과각성 상태 및 감정을 조절하는 뇌 전두엽의 기능 저하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속적인 긴장과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면, 몸의 기운이 위로 솟구치면서 머리로는 열이 치솟고 뇌는 끝없는 과부하에 시달리게 됩니다.
우리 몸은 본래 차가운 기운은 위로 올리고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야 건강을 유지하는 수승화강의 원리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피로와 스트레스가 이 순환로를 꽉 막아버리면, 마음의 교차로는 마치 신호등이 고장 난 8차선 고속도로처럼 아수라장이 되고 결국 가슴이 답답해지는 신체적 통증까지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를 쫓는 조급함의 불씨는 일상의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그렇다면 이 답답하고 위태로운 조급함에서 벗어나 고요한 일상을 되찾을 길은 없을까요?
우리는 먼저 나를 쫓는 조급함의 불씨가 일상의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차분히 돌아보아야 합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쏟아지는 업무와 피로를 이기기 위해 습관적으로 여러 잔의 커피를 들이켜고, 퇴근 후에는 잦은 음주로 억눌린 스트레스를 풀고자 합니다.
하지만 가슴속에 이미 뜨거운 불덩이를 품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자극적인 습관들은 몸의 열기를 다스리기는커녕 이미 과부하가 걸린 두꺼비집에 여러 개의 플러그를 더 꽂는 것과 같아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듭니다.
당장 내일의 업무가 뇌리를 떠나지 않더라도, 잠들기 두 시간 전부터는 시각적인 자극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신 편안하게 누워 깊고 느린 호흡을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흉부에 갇힌 뜨거운 열기를 아랫배 쪽으로 천천히 끌어내리는 의도적인 이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업무 중에도 가슴이 답답하고 엔진이 헛도는 듯한 조급함이 밀려온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양손을 비벼 따뜻하게 만들어 보십시오.
그 후 목 뒤쪽과 어깨선이 만나는 뭉친 근육을 지그시 눌러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부로 쏠린 압력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가슴의 답답함이나 통증이 호흡 곤란을 동반하며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라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심혈관계의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억누름이 아닌 조율의 시간: 다시 고요한 일상을 향하여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환자분들께 단순히 약만 드시라고 처방하는 것이 가장 편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 ADHD와 감정 조절의 어려움은 단순히 뇌의 화학 물질을 약물로 억지로 통제해서 덮어둘 문제가 아닙니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 귀 기울이고, 신체 전반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아 스스로 열기를 식히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몸의 환경 자체를 바꾸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몸은 올바른 방향만 제시해 준다면 스스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뭉친 기운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심장의 화기를 서늘하게 다독이는 맞춤 한약과 침 치료를 통해, 몸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마치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의 태엽**처럼 다시 조화롭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섬세한 조율의 조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매일매일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안고 죄책감 속에서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계신다면, 제가 아니더라도 좋으니 부디 환자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몸의 전체적인 그림을 살펴줄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 잃어버린 마음의 평온을 꼭 되찾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동제당한의원 원장 최장혁 감수